3/14 @예술의 전당

 

http://ticket.interpark.com/Ticket/Goods/GoodsInfo.asp?GoodsCode=12019434

 

곡목 : 베토벤, 삼중 협주곡 Beethoven, Triple Concerto
베토벤, 교향곡 7번 Beethoven, Symphony No. 7

 

연주자들의 잘생긴 얼굴과 숨소리와 선율을 때로는 조용히 때로는 격정적으로 느끼는 그 표정을 바로 앞에서 봤다는 사실만으로도 참 오래 기억될 공연이다. 서울시향 공연 진짜 너무 보고싶었는데, 예매했다 취소했다 다시 다른 분이 보여주셔서 완전 좋은 자리에서 보게되었다. 완전 감사합니다 ㅠㅠ

 

클래식 좋아하긴 하는데 대부분 바흐나 쇼팽에게만 손이가던 나에게 베토벤과 정명훈의 위대함을 느끼게 해 준 공연이었다. 그니까 베토벤이 좋은 건 알겠는데 개인적으로 피아노소나타 말고는 또 특별히 뭐가 좋은지는 잘 모르겠었는데, 그게 뻥 뚤리는 느낌. 그리고 정명훈 공연은 처음보는데 피아노 연주까지 해주시다니 ㅠㅠ

 

우선 베토벤 삼중 협주곡은 이게 내가 알던 클래식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온갖 시행착오와 CD를 하나하나 사서 들어가면서, 그리고 온갖 해설 공연을 통해서 클래식을 배우고 있는 나에게는 아무래도 하나의 악기나 하나의 악기를 위한 교향곡부터 접하게 되는데, 그동안 잘 몰랐던게 억울한 기분이 들 정도로 바이올린과 첼로 그리고 피아노가 서로 짝꿍이 되어, 거기에 마치 드라마 배경음 같았던 오케스트라의 연주까지 더해져 너무 아름다웠다. 장르나 악기종류나 조합별로 CD를 하나씩 사서 듣기 시작한지 꽤 오래되어서 CD가 하나정도 있을 법 한데 정말 없나? 정말 없나? 이상하다 이렇게 서로 짝꿍이 된 듯 연주하는 음악은 또 없었던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면서 들었다.

 

교향곡 7번은 딱히 베토벤 교향곡 중 favorite이 없었던 내게는 favorite이 됨. ㅋㅋㅋ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이 곡이 초반에 나왔던 것 같은데, 어우, 내가 아는 게 없어서 드라마 연주랑 비교해서 미안할 정도의 아름다운 음악이자 공연이었다. 앞으로 1악장하고 2악장은 CD로 만났던 그 음이 아니라, 그걸 연주하던 활의 일사분란한 움직이는 이미지들과 함께 더 강한 영상이 되어 언제 어디선가 나에게 반드시 영감을 줄 것 같은 그 느낌. 근데 분명한 건 작년? 바렌보임의 베토벤 교향곡 연주보다(번호는 달랐지만) 훨씬 좋았는데, 그게 곡의 차이가 아니라 연주의 차이였다는 것이다. (막귀인 내게는... 어쩌면 내가 더 좋은 자리에 앉아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래서 오늘 공연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1부에 엥콜곡이 하나 있었는데 베토벤 트리오 아다지오. 오오 감미로워라. 잔디밭에 누워있는데, 바람결에 실려오는 선율이 자연스레 그려지는 그 상황. 이래서 음악이 힐링이구나. 요즘 회사에서 스트레스 장난 아니었는데 정말 거의 90% 이상 감소되는 느낌.

 

세상사람들이 다 아는 "정명훈이 그렇게 잘하는구나"를 내 눈으로 보다니. 호호호. 마치 교향곡이란 이렇게 연주하는거야 라는 스킬을 시전하시는데, 마치 군대처럼 지휘에 맞추어 움직이는 첼로와 바이올린 활이 너무 멋있었고, 그 와중에 최고였던 건, 지휘자를 쳐다보는 연주자들의 눈빛이었다. 지휘자에 대한 존경을 담아 나는 최고의 연주를 위한 하나의 일원이 되겠다는 겸손의 눈빛! 아아.. 최근에 회사에서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막 읽었던 이런 저런 구절 중에 <겸손하지 않으면 겸손한 척이라도 하라>고 누가 그랬다는 걸 일기장에 적어놨는데! 그런 기분을 한번에 해결해 주는 연주자들의 태도도 내겐 너무 감사했다. 그리고 어떤 대목에서는 연주자들이 동시에 여러명이 미소를 막 지으면서 연주하는데 도대체 연습할 때 정명훈 지휘자가 연주자들에게 음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면서 연습했을지 막 궁금해졌다.

 

그리고 시력이 안좋아서 그동안 뮤지컬이나 오페라는 가급적 앞에서 봤는데, 교향곡은 너무 비싸고, 누가 어디서 연주하는지 다 보는 재미도 있어서 그냥 멀리서 봤는데 앞자리가 이렇게 좋은 줄 처음 알았다. 으하하하하하 큰일이다. 눈만 높아져서. 내 신조 중의 하나가 평소에는 공부/일 안하면 밥도먹지 말라는 건데, 내가 그동안 공부하고 일한거에 비해 너무 좋은 공연을 봐서 반성까지 했다. 흑. 이제 열심히 살아야지.

 

앵콜곡은 이거였음

http://pann.nate.com/video/219487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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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cono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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