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목 : 베토벤, 삼중 협주곡 Beethoven, Triple Concerto 베토벤, 교향곡 7번 Beethoven, Symphony No. 7
연주자들의 잘생긴 얼굴과 숨소리와 선율을 때로는 조용히 때로는 격정적으로 느끼는 그 표정을 바로 앞에서 봤다는 사실만으로도 참 오래 기억될 공연이다. 서울시향 공연 진짜 너무 보고싶었는데, 예매했다 취소했다 다시 다른 분이 보여주셔서 완전 좋은 자리에서 보게되었다. 완전 감사합니다 ㅠㅠ
클래식 좋아하긴 하는데 대부분 바흐나 쇼팽에게만 손이가던 나에게 베토벤과 정명훈의 위대함을 느끼게 해 준 공연이었다. 그니까 베토벤이 좋은 건 알겠는데 개인적으로 피아노소나타 말고는 또 특별히 뭐가 좋은지는 잘 모르겠었는데, 그게 뻥 뚤리는 느낌. 그리고 정명훈 공연은 처음보는데 피아노 연주까지 해주시다니 ㅠㅠ
우선 베토벤 삼중 협주곡은 이게 내가 알던 클래식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온갖 시행착오와 CD를 하나하나 사서 들어가면서, 그리고 온갖 해설 공연을 통해서 클래식을 배우고 있는 나에게는 아무래도 하나의 악기나 하나의 악기를 위한 교향곡부터 접하게 되는데, 그동안 잘 몰랐던게 억울한 기분이 들 정도로 바이올린과 첼로 그리고 피아노가 서로 짝꿍이 되어, 거기에 마치 드라마 배경음 같았던 오케스트라의 연주까지 더해져 너무 아름다웠다. 장르나 악기종류나 조합별로 CD를 하나씩 사서 듣기 시작한지 꽤 오래되어서 CD가 하나정도 있을 법 한데 정말 없나? 정말 없나? 이상하다 이렇게 서로 짝꿍이 된 듯 연주하는 음악은 또 없었던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면서 들었다.
교향곡 7번은 딱히 베토벤 교향곡 중 favorite이 없었던 내게는 favorite이 됨. ㅋㅋㅋ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이 곡이 초반에 나왔던 것 같은데, 어우, 내가 아는 게 없어서 드라마 연주랑 비교해서 미안할 정도의 아름다운 음악이자 공연이었다. 앞으로 1악장하고 2악장은 CD로 만났던 그 음이 아니라, 그걸 연주하던 활의 일사분란한 움직이는 이미지들과 함께 더 강한 영상이 되어 언제 어디선가 나에게 반드시 영감을 줄 것 같은 그 느낌. 근데 분명한 건 작년? 바렌보임의 베토벤 교향곡 연주보다(번호는 달랐지만) 훨씬 좋았는데, 그게 곡의 차이가 아니라 연주의 차이였다는 것이다. (막귀인 내게는... 어쩌면 내가 더 좋은 자리에 앉아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래서 오늘 공연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1부에 엥콜곡이 하나 있었는데 베토벤 트리오 아다지오. 오오 감미로워라. 잔디밭에 누워있는데, 바람결에 실려오는 선율이 자연스레 그려지는 그 상황. 이래서 음악이 힐링이구나. 요즘 회사에서 스트레스 장난 아니었는데 정말 거의 90% 이상 감소되는 느낌.
세상사람들이 다 아는 "정명훈이 그렇게 잘하는구나"를 내 눈으로 보다니. 호호호. 마치 교향곡이란 이렇게 연주하는거야 라는 스킬을 시전하시는데, 마치 군대처럼 지휘에 맞추어 움직이는 첼로와 바이올린 활이 너무 멋있었고, 그 와중에 최고였던 건, 지휘자를 쳐다보는 연주자들의 눈빛이었다. 지휘자에 대한 존경을 담아 나는 최고의 연주를 위한 하나의 일원이 되겠다는 겸손의 눈빛! 아아.. 최근에 회사에서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막 읽었던 이런 저런 구절 중에 <겸손하지 않으면 겸손한 척이라도 하라>고 누가 그랬다는 걸 일기장에 적어놨는데! 그런 기분을 한번에 해결해 주는 연주자들의 태도도 내겐 너무 감사했다. 그리고 어떤 대목에서는 연주자들이 동시에 여러명이 미소를 막 지으면서 연주하는데 도대체 연습할 때 정명훈 지휘자가 연주자들에게 음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면서 연습했을지 막 궁금해졌다.
그리고 시력이 안좋아서 그동안 뮤지컬이나 오페라는 가급적 앞에서 봤는데, 교향곡은 너무 비싸고, 누가 어디서 연주하는지 다 보는 재미도 있어서 그냥 멀리서 봤는데 앞자리가 이렇게 좋은 줄 처음 알았다. 으하하하하하 큰일이다. 눈만 높아져서. 내 신조 중의 하나가 평소에는 공부/일 안하면 밥도먹지 말라는 건데, 내가 그동안 공부하고 일한거에 비해 너무 좋은 공연을 봐서 반성까지 했다. 흑. 이제 열심히 살아야지.
서울시향의 심포니 시리즈 I Symphony Series I 3. 15(금)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Friday 15 March 2013, 8:00 PM, Concert Hall, Seoul Arts Center
지휘/피아노 : 정명훈 Myung-Whun Chung, conductor and piano 바이올린 : 스베틀린 루세브 Svetlin Roussev, violin 첼로 : 송영훈 Young-Hoon Song, cello 곡목 : 베토벤, 삼중 협주곡 Beethoven, Triple Concerto 베토벤, 교향곡 7번 Beethoven, Symphony No. 7 티켓가격 : 120,000원(R) 90,000원(S) 60,000원(A) 30,000원(B) 10,000원(C)
서울시향과 정명훈 예술감독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고전주의 교향곡의 완성자인 베토벤을 탐구합니다. 베토벤 교향곡 7번은 ‘무도(舞蹈)의 권화’라고 일컬어질 만큼 리드미컬한 추진력으로 많은 이들을 매혹시킵니다. 드문 형식으로 인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베토벤의 삼중 협주곡은 악장 스베틀린 루세브와 첼리스트 송영훈, 그리고 피아니스트 정명훈의 솜씨를 감상할 수 있는 무대입니다.
지휘/피아노 : 정명훈 Myung-Whun Chung, conductor and piano 지휘자 정명훈은 1974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피아노 부문 준우승을 차지하며 국제 무대에 데뷔하였다. 뉴욕 매네스 음대와 줄리어드 음악원에서 공부한 그는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가 상임지휘자로 재직하던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의 부지휘자를 거쳐 독일 자르브뤼켄 방송교향악단 상임지휘자(1984~1990),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의 음악감독(1989~1994)을 지내며 세계적인 지휘자의 반열에 올랐다. 그동안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로열 콘세르트헤보우, 런던 심포니,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뉴욕 필하모닉, 시카고 심포니 등 세계 최고의 교향악단을 지휘하였으며, 뉴욕 메트로폴리탄과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을 비롯한 전 세계 오페라 극장에서 오페라를 지휘하였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은 산타 체칠리아 아카데미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1997~2005)를 맡았으며, 2000년부터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2001년부터 도쿄 필하모닉의 계관명예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는 2006년부터 예술감독을 맡아 지금에 이르고 있으며, 2012년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사상 최초로 수석객원 지휘자에 임명되었다.
바이올린 : 스베틀린 루세브 Svetlin Roussev, violin 스베틀린 루세브는 불가리아 루세의 음악 선생이었던 모친으로부터 음악을 배우기 시작하였다. 1991년 파리 국립고등음악원(CSNMDP)에 입학하여 제라르 풀레와 장자크 칸토로프를 사사하였고, 1994년 만장일치로 바이올린 연주 부문과 실내악 부문에서 1등상을 받았다. 인디애나폴리스, 롱티보, 멜버른 콩쿠르 등에 입상하였고, 칸 미뎀 페스티벌에서 ADAMI로부터 "올해의 발견"에 선정되었으며, Natexis-Banques 재단으로부터 후원을 받았다. 2001년 센다이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1등상, 특별 관객상, 바흐 협주곡 최고해석상 등을 받았다. 바로크부터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뛰어난 기교와 집중력으로 연주하는 스베틀린 루세브는 슬라브 작품의 해석에 능하며 불가리아 음악의 옹호자이다. 2006년 불가리아 "올해의 음악가"로 선정되었으며, 2007년 불가리아 문화부가 시상하는 "크리스탈 리라"를 받았다. 그는 솔로이스트로서 프랑스 국립 교향악단,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서울시향, 도쿄 필하모닉, 불가리아 국립 교향악단 등과 협연하였으며, 정명훈, 레온 플라이셔, 예후디 메뉴인, 마레크 야노프스키, 장자크 칸토로프 등의 지휘자와 호흡을 맞췄다. 실내악 연주자로서 정명훈, 장마르크 뤼사다, 필립 카사르, 장필립 콜라르, 에릭 르사주, 피터 프랭클, 앙투안 타메스티, 아르토 노라스, 프랑수아 를뢰, 폴 메이어 등과 호흡을 맞추었으며 "루세브-살크-로자노바 트리오"의 멤버이기도 하다. 판초 블라디게로프 음반에 이어 하르트만의 협주곡을 오베르뉴 오케스트라와 녹음하였으며, 프랑스-벨기에 악파에게 헌정하는 앨범, 그리그와 메트너 음반 등이 있다. 그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과 서울시향의 악장을 맡고 있으며, 모교인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의 교수이다.
첼로 : 송영훈 Young-Hoon Song, cello 국내외 유수 오케스트라와의 꾸준한 협연, 독주회, 실내악 연주자로서 세계를 무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현존하는 한국 최고의 첼리스트 송영훈. 완벽한 기교와 따뜻한 감성을 겸비한 한국 음악계의 대표 연주자이다. 잉글리쉬 챔버 오케스트라와 하이든 콘체르토 협연 실황을 녹음하였으며 요미우리 도쿄 심포니와의 협연으로 일본 산토리홀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핀란드 난탈리 페스티벌과 2010년부 2011년, 2012년까지 일본 벳부의 아르헤리치 페스티벌에 초청되고 있다. 솔리스트로서 잉글리쉬 챔버 오케스트라, 뉴욕 챔버 오케스트라, 필라델피아 챔버 오케스트라, 타피올라 챔버 오케스트라, 앙상블 가나자와, 헬싱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핀란드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도미니칸 내셔널 오케스트라, 요미우리 도쿄 심포니, 북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야나첵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뉴저지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의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였다. 연주와 함께 ‘’클래식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는 그는 2008년 KBS 1FM ‘송영훈의 가정음악’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첼리스트 요요마가 출연하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009년부터는 예술의전당 인기 기획 프로그램 ‘11시 콘서트’의 진행자로서 활약하였으며 경희대학교 음대 관현악과 특채교수로 초빙되어 후학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송영훈은 피아졸라의 곡을 담은 탱고 프로젝트 <Tango, 2006>, 브라질 작곡가들의 레퍼토리로 기타리스트 제이슨 뷔유와 함께한 <Song of Brazil 2007>, 피아니스트 안드리우스 질래비스와 함께한 <Rachmaninoff & Shostakovich Cello Sonata 2009>앨범을 발매하고, ‘월드 프로젝트’ 시리즈 공연(2009 오리지널 탱고, 2010 라틴 아메리카의 여정 등)을 통해 클래식뿐 아니라 남미 등 월드음악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2011년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흔치 않은 4대의 첼로 구성인 ‘The 4 CELLISTS’로 첼로 음색에 대한 탐구를 계속하고 있다. 김정원, 김수빈, 김상진과 함께 MIK앙상블의 첼리스트로 국내 실내악 발전에 기여하고 있으며 2007년에는 SK텔레콤과 함께하는 문화나눔 프로젝트 ‘해피 뮤직스쿨’의 음악감독을 맡으며 클래식 음악교육을 접하기 힘든 청소년들에게 ‘음악을 통한 나눔’을 실천하며 사회 공헌활동에도 적극 힘써왔다. 송영훈은 9세에 서울시향과 랄로 협주곡 협연으로 데뷔한 후 서울시장 특별상과 줄리어드 예비학교의 예술 리더십 수상 등을 포함한 많은 수상 경력과 장학금을 받았고 2002년에 헬싱키에서 열린 국제 파울로 첼로 콩쿠르에서 입상하였다. 현민자, 장형원, 故 채닝 로빈스, 랄프 커시바움, 아르토 노라스를 사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