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2/14

 

보통 공연은 마지막 날에 가까운 공연을 보지만, 이번 공연은 발렌타인데이에 보자~하는 바람에 처음 시작하는 날에 보게 되었다. 아주 미세한 한 두개의 음이탈이나 자세이탈은 그냥 첫날공연이라 생각해서 민감하게 보인건지, 아님 진짜 그런건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나에게 평생 남을 무한한 감동을 보여준 국립발레단이기 때문에 일단 이들의 공연에 대해서 나는 무조건 호의적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완전 모던, 현대적 해석 그 자체였는데, 한편으로는 유머러스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예술성을 살려서 참 아름다웠다. 뭐랄까 동작들이 참 아름다워서 사람한테 팔 다리가 왜 달려있는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음악하고 동작이 어쩜 그렇게 딱딱 맞아떨어지는지, 마치 김연아의 경기를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또 아름다운 것중의 하나는 바로 배경이었는데, 사실 배경은 하얀색 가름판(맘마미아에서 보았던 것과 비슷한, 공간을 구분하는 그냥 판자?!)이 전부였다. 근데 그게 발레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서 한국미술의 여백의 미 같았고, 상징성도 더욱 두드러지는 듯 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두 장면 정도인데, 로미오와 줄리엣이 서로 반하는 장면(1막)과 함께 춤을 주는 장면(2막), 그리고 티볼트와 로미오의 대결에서 슬로우 모션! 함께 춤을 주는 장면은.. 음악이 없더라도 이 두 사람 정말 사랑에 빠졌구나 싶을 정도였고. 슬로우 모션 효과가 가져다 주는 집중도나 장면의 극대화도 신선했다. 쓰다보니 가장 신선한 점이 생각나네.. 발레에서 나오는 키스씬이라니!

 

발렌타이니까 달달한 거 보자 해놓고는 발레가 끝나니 왜 비극을 봤을까 싶었는데, 발레는 몸이나 연습을 참 정직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좋았던 것 같다. 옆에서 보던 초등학생 저학년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공연이 끝나니까 우는 거였다. 새삼 그 감성이 놀라웠다.

 

기타.. 클래식 발레와는 너무나 달라서 비교는 힘든데, 내 개인적인 선호는... 지젤이 좋은건지 클래식이 더 좋은건지 잘 모르겠다. 오늘 줄리엣은 김지영 수석무용수가, 로미오는 이동훈 수석무용수가 맡았다. 캐퓰렛 부인은 김세연씨가, 유모는 신승원씨가 했다.(이분들은 직함을 모르겠다) 유모가 제일 환호가 컸었는데 제일 유머러스한 부분을 담당하셔서 그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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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cono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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